전시 현장

유광식 사진전

카페델라비타 | 2023.09.24 21:05 | 조회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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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식 개인전 - '사물들의 잔소리[2023.9.25~10.21]


작가노트 :


사라져 오는 이곳에서


누구에게든 어떤 장소에서의 처음은 까맣다. 시간 없이는 장소가 열리지 않고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관심을 두어 꾸준히 정돈하다 보면 어느새 새하얀 장소로 다시 태어나곤 한다. 넓게는 도시적 형태와 질서가 부여되고 번영하며, 갈등 또한 출렁일 것이다. 스스로 지켜온 장소가 많지만, 거리에 나뒹구는 것들을 붙들고 바라보며 토닥이던 시간이 늘 맛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가정식 백반의 든든함 속에 무난히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시절, 대상을 본다는 것에 대해 적잖은 의문과 기대, 괄시, SOS를 보내며 사진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소나무의 본질이 껍질에 있지는 않겠지만 껍질에 있을 법한 답안을 연필로 눌러 적는 희망 같은 것 말이다. 흐릿했지만 뚜렷한 신호였다. 사실 사물이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지른들 들을 수도 없고, 안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미약한 시도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검단은 아버지 인생의 첫 도착지(당시 김포군 검단면)였다. 연고도 없이 낯선 곳에서의 분투가 있었다. 이후 먼 곳을 한 바퀴 돌아온 후에 아들이 거주하면서 낯익고도 낯선 연장을 어루만지는 중이다. 다시 짜이는 그때와 지금의 장면에서 연결점을 찾기가 조금 우스울지 모르나,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과 진실 앞에서 사고의 태도를 가다듬는다. 나의 장소는 당신의 장소와 중첩되어 자라고 있다.  

길을 걷다 구부러지는 시선이 많다. 전부는 품지 못하고 조금 떼어내 자꾸만 바라본다. ‘사물’의 의미는 어떤 형태뿐만이 아니라 현상까지 아우른다. 미로를 되돌아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아리아드네의 실, 어렸을 적 흙밭에서 손등을 엎고 두꺼비를 꼬드겨 새집을 얻은 뒤에 단숨에 무너뜨리는 놀이, 완공을 앞둔 아파트를 싹 다 허문다는(이유가 있다) 소식 모두 사물의 영역 안에 있다. 거리에서 발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가 검단을 표상하며, 땅속으로 파묻힌 형국에 피가 마르는 당산나무(아라동)를 바라봄은 함께 보는 사물이자 대화가 필요한 주제로 다가온다. 거주하는 곳의 시각을 발명하고 표현하는 일은 예술을 넘어 자연과도 같다. 사물들의 자잘한 경험이 검단의 옥수수를 키우는 셈이다. 


​한편, 다양한 상상과 이유를 동원하여 장소성을 전시로 말한들 이는 사물들의 미미한 사건이자 다그치는 소리에 지나지 않음을 안다. 다만 감각이야말로 의미의 성장을 촉진하며, 당장은 기대할 수 없어도 점차 효과를 발휘하는 비타민과도 같다. 결국 누군가의 뜬금없는 질문이 불씨가 되고 얼음을 녹이며 바다를 만들어낸다. 선사 시대의 선사인 중에도 딴생각을 지닌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주변 사물들에 희망이 있다면 어느 하나 보잘것없어 보이나 감각적인, 갈색 눈동자를 굴리는 그가 온다는 소식일 수도 있다. 비로소 장소가 사라지며 반짝인다.

2023년 8월에, 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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